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62. 내 아이의 아이도 이 김을 먹을 수 있을까?



고창 갯벌의 지주에 단단히 묶인 김발은 바닷물이 차오르는 만조의 시간에는 지주목 끝을 훌쩍 넘어 올라갔다가 썰물 때가 되면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김 양식장과 가장 다른 점이자 가장 힘든 점은 바로, 이 조수간만의 차라고 했다. 고창 갯벌의 김 양식장은 수확할 때마다 물때를 보아야 해서 작업 시간이 제한적이다. 달의 시계로는 한 달에 9일에서 15일 정도, 하루에 두 번 또는 한 번밖에 작업할 시간이 없다. 눈이 오고, 비가 오더라도, 내일 물이 빠지지 않는 날이면 무조건 나가야 한다. 조금 춥다고 양식장 발걸음을 게을리하면, 밤 사이 돈 천 만원이 그대로 바다에 쓸려 나간다. 파도는 갯벌의 미네랄을 김에 잘 전달해주기도 하지만, 너무 큰 파도는 김을 다 쓸어 가버리기도 한다.

 

김 양식장이라도 갯벌의 지형과 김이 자라는 속도에 따라서 김발의 높낮이를 조정한다. 평평하게 펼쳐지는 듯 보이는 갯벌이라도 갯골이 있어서 파도가 세고 물이 빠르게 빠지고 들어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모래가 강한 곳이 있다. 땅의 생김새에 따라 김발이 땅에서 너무 떨어지지도 붙지도 않게 해야 좋은 김이 나온다. 


김은 버섯과 같은 포자 번식 방식으로 자란다. 김 포자는 추석 전에 뿌리는데 김이 아직 어릴 때는 물을 많이 적셔주어야 한다. 이때 파래, 매생이 등의 잡초가 김 포자보다 먼저 자라지 않도록 해야 김이 잘 자란다. 어느 정도 크면 자체적으로 수분을 머금고 있어 지주목의 끈을 조금 위로 묶어 땅에 띄워준다. 햇빛이 광합성과 살균을 해준다. 


수확도 물이 빠지는 간조 때를 봐서 바다에 나간다. 배의 동력으로 수확하는 남해의 지주식 김과는 다르게 이곳은 경운기를 개조해서 만든 수확 기계를 사용한다. 예전에는 정말 손에 가위를 들고 수확했는데, 요즘에는 그나마 수확하는 기계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갯벌 위에 펼쳐진 1.5ha(약 4,500평)의 김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노라면 만보는 거뜬하다. 평지에서 만보와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의 만보는 천지차이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자연이 허락한 약 4시간. 갯사람들은 수다도 김을 푸면서 해야 한다며 손을 바삐 움직인다. 


왜 굳이 이렇게 하시냐고 물었는데 곧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조건이 이러니까!’ 라고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조건을 극복해가며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 겸손하고도 숭고한삶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 8시부터 4시간을 일하시는데 난 가만히 있어도 너무 추워서 콧물이 마스크 안을 눈치없이 흘렀다. 두세겹씩 껴 입었는데도 움츠러드는 나의 어깨는 매우 안쓰러웠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손만큼은 용맹했다. 


김 한 장을 만드는 데 이런 수고가 든다. 아이는 밥 계란 김이 키운다는 말이 있다. 나의 아이는 이 수고들 덕분에 크고 있다. 멋진 풍경을 본 희열과 어떻게 전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고마움이 갯벌에서 돌아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올해는 기후변화와 기온이상으로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나의 아이의 아이도 이 꼬들꼬들하고 맛있는 김을 먹었으면 하기에, 이 사실은 가시지 않는 여운과는 또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김을 수확하는 과정>

01. 수확 전 김 상태를 점검한다. 


02. 그물망에 김이 자란 것을 확인한다. 


03. 경운기를 개조한 김 수확기를 이동시키며 김을 수확한다.


04. 김 원초를 모은다. 


05. 수확한 김을 수작업으로 작은 망에 담는다. 


06. 이 과정을 왕복하며 반복한다. 


07. 수확한 김을 자루에 담아 김 공장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