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61. 농부는 왜 당장에 고수꽃을 들고 갈까?



농부는 왜 <당장>에 고수꽃을 들고 갈까?




고수는 꽃이 피면 팔지 못해요.


채소를 파는 매대에 꽃이 있었다. 고수꽃이라고 했다. 어느새 부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연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꽃이 핀 고수는 상품 가치가 떨어져 기존 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농부는 씨를 받기 위해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당장>에 들고 온 것이다. 

“사람들 보라고 가지고 왔어요.” 

농부는 이번 기회에 익숙하지 않은 고수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판매도 하지 않는 고수꽃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사진 찍기 좋게 화병에도 꽂아 두었다. 다른 농부도 마찬가지였다. 마트에서 파는 정갈한 상품이 아닌 본연의 크기, 생김새 등 밭에나 있을 법한 작물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감자꽃, 고수꽃, 당근꽃도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 손을 잡고 둘러보는 엄마들이 많았다. 소비자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흔히 들에 피는 꽃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농부들은 친절하게 하나하나 답변해 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마트에 파는 상품에 붙은 스티커 이름이 아닌 농부의 미소를 직접 볼 수 있는 곳, 우리 지역 농부 만나는 날 <당장>은 고수꽃처럼 매력적이다.



비 내리는 새벽에 수확한 허브와 식용 꽃


당장이 열리는 날 새벽 6시, 세찬 비가 쏟아지며 대지의 흙냄새가 올라왔다. 두 청년 농부는 허브와 식용 꽃을 한창 수확하고 있었다. 본인보다 더 큰 해바라기와 씨름하고, 질퍽한 황토가 신발에 들러붙어 있음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수확한 작물을 이고 지고 걸어와 피곤한 기색 없이 트럭에 실으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날 준비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향을 더 머금은 싱싱한 식용 꽃을 채취하기 위해 새벽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차가 덜커덩거려 어렵게 수확한 작물이 다칠까 봐 천천히 운전하며 속도도 올리지 못했다. 노지에서 자란 허브와 식용 꽃은 향이 짙고, 색이 더 또렷하다. 그들의 노력 덕에 허브와 식용 꽃이 소비자에게 더 싱싱하게, 더 빠르게 전달되었다. 당일 수확한 장미와 몽우리 진 해바라기도 만나 볼 수 있다.


- 농부의 정원 김에스더(30) -


“많은 분이 꽃을 관상용으로 생각해서 먹을 생각을 못 해요. 예를 들어 저희가 오늘 갖고 온 스프레이 장미도 국산이고 친환경 재배를 했기 때문에 눈으로도 보실 수 있지만, 실제 따서 드실 수도 있거든요. 다양하게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 쿠키도 만들어봤는데 꽃을 떼고 드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당장>에서 많은 분이 꽃을 다양하게 경험할 방법도 알려 드리고 그분들이 다시 저희를 찾아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해바라기를 발견했어요. 


붉은 맨드라미와 해바라기를 한 아름 품은 고객을 만났다. 맘 카페를 통해 당장을 알게 되었고, 오늘은 두 번째 참석이다.

“오늘은 <당장>에서 커다란 해바라기 꽃다발을 발견하고 같이 샀어요.”

처음 만났던 농부를 찾아 이번에는 맨드라미 모종을 샀다. 이 농부에게 구매한 토마토 모종을 키웠는데 유독 많은 열매를 맺어 또다시 찾게 된 것이다. 

농부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저 기본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요. 씨앗에 맞는 흙에 심어, 건강하게 발아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에 온 신경을 씁니다. 때에 맞는 자연 바람과 유리를 통하지 않은 햇볕(직사광선)만으로도 식물은 잘 자라요. 저는 그 기본에 목숨 걸고 키워내요.” 
- 해나루 육묘 원예 대표, 이선미 농부 - 



일상 속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작은 행동 



김래현(13) 학생은 “당장에서는 제가 가는 기존 마트나 시장과 달리 환경에 피해 가지 않는 용기(생분해)를 사용하고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한다. 학생의 말처럼 주최 측인 당진농업기술센터(이하 센터)는 ‘매일매일 지구를 지키는 날’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장>을 건강하게 꾸려오고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 센터에서 준비한 생분해 용기를 제공한다. 참여 농가도 작물마다 사용하던 포장용 일회용품(플라스틱 상자, 비닐봉지)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농부도 환경을 보호하려는 주최 측의 취지에 깊은 공감을 하고 함께 실천 중이다. 



“올 4월에 처음 당장을 알고 오게 됐어요. 빈손으로 왔다가 집에서 사용하는 용기를 챙겨오면 나뭇잎 쿠폰을 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텀블러, 장바구니, 음식 담을 용기 모두 가지고 와서 최대 4장 모두 받았어요.” 6살, 9살 남매와 함께 두 번째 당장을 찾은 부부가 한 말이다.  

<당장> 입장 시, 소비자가 자신의 텀블러, 장바구니, 음식 및 작물을 담아 갈 개별 용기를 가지고 오면 센터 측 담당자에게 나뭇잎 쿠폰을 각 1장씩 총 3장을 받게 된다. 1장당 1천 원의 가치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3천 원에 과일주스 한 잔으로 시원하게 시장 구경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용기에 구매한 작물을 담아 인증하면 추가로 1장의 나뭇잎 쿠폰을 받을 수 있고 바로 사용 가능하다. 한 가족 당 최대 4장(4천 원)의 나뭇잎 쿠폰 받고 시장을 즐길 수 있는 꿀팁이다.



| 나뭇잎 쿠폰도 참여 농부들이 모여 직접 만들었다. 



농부들이 서로 환하게 웃는 시장


“동료 농부와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후 4시 10분, 소비자의 발길이 집으로 향한 시간 참여 농가와 주최 측의 피드백 자리가 열린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대부분의 농부가 공통으로 한 말이다. 

농부는 자신의 농가에서 작물 재배를 위해 종일 몰두한다.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흡사할 것이다. 본인의 작물을 소중히 키워 본 농부는 다른 농가 작물도 그만큼 애정을 갖고 다가간다. 장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농작물에 관해 묻고 답하며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로 마주 보는 농부의 표정이 환하다.

<당장>에 꾸준히 참여하는 농부도, 이번이 처음인 농부도 입을 모아 말한다. 

“내 농사만 짓다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같은 일을 하는 농부를 만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좋아요. 나의 농작물을 나의 방식으로 소개하고, 다른 농부를 만나서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자 해요.” 

오늘 하루 매출보다 장기적으로 농부와 소비자가 만나는 날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농부의 즐거운 에너지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당일 아침 수확한 가장 신선한 농산물을 선보이겠다는 것은 당장에 참여하는 농부의 약속이다. 

우리 지역 농부 만나는 날 <당장>은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4시까지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야외 마당에서 펼쳐진다. 매달 참여 농가에서 제공하는 추가 혜택은 센터 공식 SNS에 사전 공지된다.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좋은 먹거리와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 당진시 우리동네 농부 만나는 날 <당장> 정보 https://bit.ly/3yaBLnq




editor

박경선 / 박향주 / 임재희

로컬에디터@당진 멤버들로 지역에서 에디터로 살아갈 수 있을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콘텐츠라는 것을 통해 지역에 'Deep Dive'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