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소창' 처럼 따뜻하게

박종범
2021-05-11


농부에게 '소창'을 선물 받았습니다. 
올해 그 농부 농사에 펀딩한 소비자 자격으로요. 농부의 정성이 느껴져 뭉클했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잘 연결되도록 사업을 잘해야겠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월 평균 6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몇 억 원, 몇 백 억원 투자유치 소식에 비하면 초라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일을 도와주는 아내의 급여를 조금 올릴 수 있고, 연말엔 멤버 한명 충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그래서 저에겐 매일 오전 11시 59분 까지 16건의 주문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업(事業)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니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경영함. 또는 그 일.'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주문 1건에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비용 10만원은 3kg참외 33박스는 팔아야 하는 거라고 읍소하는 저를 돌아 보면 사업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심 먹으러 가기 전 16건의 주문은 월 4명의 농부에게 지지하는 소비자 200명씩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품목 당 1,000만원 이상의 영농자금을 확보하는 일이자 농부의 안전한 판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부가 별다른 걱정없이 농사짓게 한다. 
그를 통해 보다 나은 먹거리를 공급한다.' 

제가 하는 일이 사업으로 보기엔 좀 작고, 계획이나 짜임새가 부족하겠지만 목적은 명확합니다. 우리가 좋은 것을 먹기 위해서는 좋은 농부가 계속 농사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2년 동안 부채는 모두 상환하고, 이후 2년이면 신협을 만들 수 있는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농부 100명과 소비자 회원 5만명이 함께 하는 작은 은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커뮤니티에서는 회원이 회원에게 전해주는 식생활 교육과 농부가 농부에게 전하는 친환경 농업교육이 이루어 집니다.

신뢰와 기다림을 기본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온라인 유통플랫폼도 더 다듬어 지겠지요.

금융, 교육, 유통 / 지금 농협이 하는 일입니다.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업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저는 사업을 하고 있는게 맞습니다. 실크처럼 고급스럽거나 기능성 원단처럼 효율적이지는 못해도 '소창'처럼 따뜻하게 하겠습니다. 


#농사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