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적으로 농부를 존경한다. 일과 삶의 경계가 적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력의 결과가 비교적 정직하게 드러나는 일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하지만 농부 역시 하나의 직업이기 때문에 모든 농부를 존경하진 않는다.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 실천에 따라 마음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업으로 돈이 좀 있는 어느 분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지를 구입했다. 과실수를 몇그루 심어 놓았다. 무슨 협의회 회장직과 영농조합법인 대표를 하며 농협과 군청을 다닌다. 주 업무는 높은 양반과 밥을 먹고 커피 마시는 일이다. 그분이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교육장에 오셨다. 교육이 끝나고 자신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아무거도 하지 않아서 유기농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 농부들은 농약사용을 줄이고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셨다. 자기가 상품개발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으니 농산물 판매를 해달라고 했다. ‘사장님, 저희가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은 우선 검토하지만 방치농은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친환경농업이 아니다. 농지가 있다고 해서 다 농부가 아니다. 농사를 지을게 아니면 농부가 받아야 할 지원금 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장님, 사장님 소리 듣다가 아쉬울때만 농부가 되는 코스프레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2020. 11. 19 농사펀드 박종범
2020. 11. 19 농사펀드 박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