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새롭지 않은 것의 힘

박종범
2020-02-11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 해보지 않은 것, 심지어 식당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것을 선택합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보고 시도해 보는 것은 저의 경쟁력이자 일을 하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 위대해 보이고 멋져보였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체불가능한 사람. 


그런데 요즘, 새롭지 않은 것에 눈길이 갑니다. 

지난 명절에 다녀온 춘천에는 '육림랜드'라는 작은 놀이공원이 있습니다. 1975년 5월에 개장했다고 합니다. OO월드나 에O랜드에 비하면 동네 놀이터 수준의 이곳은 현재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을 좋아하고 레트로 감성의 여행사진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는 곳입니다.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 반짝거리진 않지만 꾸준히 자리에 있는 것들, 지난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 
그들도 한때는 새로운 것이었고 미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른 것이 생겨나면서 새로움이라는 타이틀을 내준 것들. 하지만 그들은 새로움이라는 타이틀에 미련을 갖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며 자신의 속도로 남아있습니다. 정말 대체불가능 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오늘 오순호 농부의 한라봉이 왔습니다. 사실 한라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감류입니다. 
새로운 맛, 새로운 품종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한번 더 손이 가는 것은 한라봉이거든요. 박민희 농부의 캠벨도 그렇고요. 


한 때 새로움이란 타이틀을 달았던 농사펀드도, 새로움을 갈망하던 저도 새롭지 않은 것이 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늙어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