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농부님께

박종범
2019-12-21

○○농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농사펀드의 박종범입니다. 뵙고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전화로, 이번에는 메세지로 먼저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오늘 밤에 외부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저희 직원 고태수 사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왠지 목소리가 이상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농부님과 통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내용은 자기가 농사펀드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드리지 못해 오해하시거나 전달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저에게 미안해하더라고요.(그래서 제가 이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이렇게 메세지를 드립니다. 말씀하신것 처럼 농부님이 추구하시는 농사와 농사펀드가 추구하느 것의 결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사실 서로의 길을 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전달함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어 메세지를 드립니다.


기본적으로 농사펀드는 쇼핑몰이 아닙니다. 형태는 그렇게 생겼지만 하고자 하는 일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농사펀드는 농부가 어려워하는 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농부를 이해할 수 있는 소비자(투자자)들에게 농부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농사펀드입니다. 저희가 쇼핑몰이었다면 힘들게 농부와 도시 투자자가 만나는 '농부의 밥상'이나 손모내기, 벼베기 활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은 서로가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만드는 일이라 믿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하는 자금을 모으는 방식은 도시 소비자가 농부에게 더 관심을 갖고 이해를 하도록 하는, 관여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물론 모여진 자금이 중소농이 갖는 영농자금 마련의 문제와 판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점에서 저희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인증 여부를 떠나 규모를 더 관심있게 봅니다. 자신의 생각, 철학을 지킬 수 있는 규모요. 농가에 연락을 드렸던 이유도 유기전환기의 농산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농부님의 안전한 농사에 대한 철학과 의지에 마음을 뺐겼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믿을 수 있는 분이 추천해주신 것도 그렇고요. 직접 받아보고 맛을 보았을때도 좋아서였기 때문입니다.


농사펀드는 관행농으로 농사지으시는 분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대신 농사펀드를 통해 차츰 좀 더 안전한 농사로 전환할 의지가 있으신 분들까지만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관행농에서 친환경농사로 전환할때 농부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 어려움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농부, 혼자 그 힘든 일을 감수해야 하는 농부님께 농사펀드라는 방식이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때문이었습니다. 저희를 징검다리로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농사를 짓는 농부가 많아지면 저희도 좀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거란 기대때문이었습니다.


관행농사를 짓는 농부가 악해서 농약치고 제초제 치고 그럴까요? 그런 분들 중에는 저와 같이 집에 있는 아내,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럴수 밖에 없는 농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유통구조가 그럴수 밖에 없으니까요.


모든 농부가 농부님처럼 다 강직할 수 없습니다. 평생을 희생하며 농사지을 수도 없습니다. 가족의 희생을 보면서도 자신의 농사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나무처럼 강직하고 곧지는 못하더라도 야생초처럼 언젠가는 다시 돋아나는 분들에게 농사펀드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친환경 농사에 대해 노하우나 뚜렷한 철학이 없더라도 응원하는 사람들(투자자들)과 함께 한해씩 나아지는 농부. 농사펀드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쇼핑몰만큼 색깔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농부, 저 농부. 이 상품, 저 상품이 들어왔다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농사펀드는 저희가 생각하는 기준 안에서 그렇게 다양해지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메세지를 통해 저희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준과 다른 농부들이 있다면 그것을 판단하고 점검하는 부분의 프로세스를 보완을 하겠습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부족함이 많지만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저희는 여전히 농부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셔야 저희도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농사펀드에 대해 꾸밈없이 저희의 생각을 전해드리려고 했는데 제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시던지 농사펀드는 농부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연락기다리겠습니다.


2015년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