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뜬 모 하는 마음

농사펀드
2020-06-20

“뜬모하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에 모를 심다 보면 얕게 심어져 떠오른 모를 하나하나 살피며 다시 심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심은 모에서 나오는 쌀이라고 해봐야 밥 한 공기도 되지 않는 양입니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뜬 모는 버리는 것이 남는 장사입니다. 

사실 우리의 일이 대부분 이렇습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 성과의 크기를 예측해 우선순위를 매기고 효율이 떨어지는 일은 제거합니다. 전략적 사고라고도 부릅니다. IBC(ImpactBaseCamp) 멤버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친구들이 전략적 사고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그것이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어 사회에 나올 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투입되는 시간도 비용으로, 이벤트 진행 후 성과도 측정해 보라고 이야기했지요. 임팩트도 지속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했던 말이지만 마음 한 쪽에는 불편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도 뜬 모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은 하지 않았지요. ‘뜬모하기’는 사회에서 능력 있는 인재로 비치는데 방해가 되거든요. 프로젝트 내내 나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래 사건으로 생각이 정리가 되었어요. 

농부의 실수로 상품 구성이 잘 못 배송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비스 관점에서는 농부가 환불을 해주거나 재 발송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쉬운 문제를 두고 소비자 입장에서, 농부 입장에서, 농사펀드 입장에서 고민하고 의논하는 친구들을 보며 안심이 되었습니다. 

전략적 사고를 하지만 그 바탕엔 뜬 모를 돌보는 마음을 가질 것. 

쓸모없는 것, 효율적이지 않은 것, 효과가 적은 것을 돌보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저는 좋은 사업가가 아닌 것 같고, 좋은 멘토도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사람 한두 명 중에 여러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BC 과정에서 농사펀드를 통해 배운 것은 리텐션률이나 고객 평생가치 같은 것들이 아니라 ‘뜬 모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봄부터 여름의 초입까지 수고하셨습니다. 


2020.06.20. 

농사펀드 박종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