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갈치구이의 기억

박종범
2020-04-14

어렸을 적, 주로 삼치구이가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삼치는 값이 싸면서도 크기가 커서 우리 집 형편에 잘 어울리는 반찬이었습니다. 저녁 반찬으로 나왔다가 남은 생선은 다음날 차가운 상태로 점심밥상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어머니의 주머니 사정도 모르고 생선가격도 몰라서 이건 이제 먹기 싫다고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습니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시장에서 갈치를 사오셨습니다. 도톰하고 신선한 갈치는 굽는 냄새부터 달랐습니다. 고소한 향기가 부엌에서부터 나기 시작했고 밥을 먹기 전부터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를 젓가락으로 살살 바르면 큰 덩어리로 똑 띄어지는데 덩어리 째 흰밥에 올려 먹으면 짭조름하면서 고소한 것이 정말 별미였습니다. 가장 큰 몸통 한 토막을 다 먹고 더 없냐고 하자 어머니는 본인이 드시려고 했던 꼬리 쪽 얇은 한 토막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아버지 사업이 기울고 저는 가족과 떨어져 작은 아버지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 집에는 6살 어린 사촌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11살인가 그랬으니 5~6살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녁, 반찬으로 갈치구이가 나왔습니다. 4토막이 노릇하게 구워져 접시위에 놓여있었습니다. 가장 큰 몸통은 은색이 노릇하게 구워져 황금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맛있어 보였습니다. 갈치를 뚫어지게 보다가 동생과 작은 어머니 얼굴을 한 번씩 힐긋 봤습니다. 그리고는 꼬리 쪽 제일 작고 얇은 갈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작은 아버지께서 큰 거 먹으라고 하셨지만 갈치를 별로 안 좋아 한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식사를 마치고도 왜 그렇게 배가 고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은갈치를 농사펀드에 등록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제일 큰 녀석으로 춘천집에 한마리 보내야겠습니다. 

https://www.ffd.co.kr/shop-constant/?idx=38

#농사펀드 #은갈치 #기억의맛


사진출처 : https://tongblog.sdm.go.kr/3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