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 일을 시작한 이유

박종범
2019-12-21


한 인터뷰에서 사진작가 김중만은 자신을 설레게 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나 자신과 대면하라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설레게 하는 일'은 저에게 늘 중요한 고민이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니 농촌과 도시사이라는 영역과 기획이라는 방식이 나를 가장 설레게 했습니다. 지방대 출신에 가진 것도 없는 제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 농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들이 가장 설레었습니다.


현장으로 들어가니 농부들에게 반복적으로 듣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빚없이 농사짓고 싶다.' 그리고 '죽기 전에는 판매걱정없이 내 방식대로, 내 철학대로 농사지어보고 싶다.' 매년 특정 작물은 가격이 폭락했고 농민은 애써 기른 작물을 자기 스스로 갈아 엎어야 했습니다. 그런 기사 아래는 '정부에서 보상금 타려고 쇼하는 거다.' '수확해서 공짜로라도 나눠주지 아깝게 그걸 갈아엎냐?'라는 글들이 쌓였습니다. 속상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크라우드펀딩에서 자금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농산물펀드(농사펀드) 해볼까?”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쌀과 매실 펀딩이 연속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으니 이정도며 됐어.'라는 마음과 '이건 내 이름값만 높히지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잖아?'라는 마음이 충돌했습니다. 이벤트로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실행해보지 않아 생기는 또 다른 두려움이 교차되었을 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판로가 없어 계속 이어온 고구마 농사를 포기할까 고민하는 농부, 먹고 살기 위해 다시 농약을 쳐야겠다고 말하는 농부를 보며 대안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믿고 좋아하는 농부가 사라지지 말아야 내 가족, 주변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농부가 걱정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은 도시 사람들의 더 나은 먹거리환경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농촌과 도시, 이 둘을 연결하는 농사펀드는 저를 가장 설레게 하고 잘 하고 싶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