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23. 명장면이 아니어도 괜찮아


모든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 안과 밖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저에게 있어 유의미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건너 소개 받은 ‘인연’이었습니다. 대표님과 출장 간 농가에서 근방에 농부를 소개받은 것이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농부님과 통화를 마친 후 출장일정을 잡았습니다. 빠듯한 수확 일정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농사펀드에 입사해 두 번째로 혼자 출장을 간 날이었습니다. 설렘과 부담이 함께 있는 걸음이었습니다. 초짜(?) 티를 폴폴 풍기는 에디터를 붙잡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부도, 자식들의 이야기, 스승, 자두 그리고 땅. 작년 느지막하게 오픈된 자두는 62명의 투자자가 함께 했었습니다. 올해는 더 다양한 품종을 소개하고 싶어 서둘러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120일, 373명, 416건. 15,768,000원. 


1년 반 동안 제가 진행한 펀드 중 최고 참여율, 최고 구매건수, 최고 펀딩 금액이었습니다. 

매일이 기쁨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첫 발송을 마치고 순탄하게 투자 상환이 진행되고 있던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비였기에 그저 반가웠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마기간도 아닌데 하루걸러 하루 비가 짧은 폭우가 잦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우박까지. 첩첩산중이었습니다. ‘괜찮다’는 농부님의 한 마디에 괜찮은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40여일이 지나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열매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가장 맛있게 먹었던 다섯 번째 품종 ‘추희’는 농부님이 직거래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계속 지연되는 일정에 밀려드는 문의와 품질이 좋지 않은 자두. 그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환불을 안내하는 전화와 함께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쏟아지는 문의와 품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통화하는 중에 농부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올해는 진짜, 딱 놓아버리고 싶네요. 너무 많은 일들이 한 번에 오니까, 정신을 차릴 틈도 없네요.’ 어떤 마음으로 에디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신 건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아 복잡한 감정이 섞여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농부님과 저는, 그리고 농사펀드는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평범한 소설이 아닌 특별한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한 장을 적어 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의 중요한 대목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농부의 애타는 마음과 투자자의 이해 속에서 썩 나쁘지 않는 나날들이었습니다. 

2017년 9월 15일 
명장면이 아니어도 괜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에디터 이진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