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18. 농업의 혁신이 빼앗아 가는 것들

농촌은 시대의 변화에 둔하고 혁신과는 먼 것처럼 보입니다. 농업 현장은 힘들고 어려우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옛날 사람들이 하는 일로 여겨져 왔죠. 그런 농업/농촌이 최근 세계적으로 Hot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유명인이 젊은이들 보고 농대로 가라고 하고, 어마어마한 글로벌 회사들이 농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Agri-Tech, Food-Tech라는 이름이 생겨났고 정밀 센싱기술, IoT기술, ICT 접목을 통해 농업농촌을 혁신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국내에도 몇몇 회사가 기존에 없던 서비스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사례들을 보면서 농업과 농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더군요.

느리고 세련되지 못한 것들, 비효율적인 것들을 없애고, 변화에 둔했던 사람들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보다 지금보다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에서 장터에 서 있던 도시촌놈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효율성과 생산성, 경제적 관점에서의 혁신이 놓치고 있는 것들. 흙을 만지는 일, 작은 잎을 들여다보는 일, 땀에 감사하는 일. 우리는 이런 즐거움을 스마트폰의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물을 다 팔아주면 분명히 좋아할 거야!" 라고 생각한 도시촌놈이 볼 수 없었던 것. '저녁까지 이어지는 돗자리 위의 재미'를 나는, 우리는 또 한 번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뺏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2017년 8월 7일
농촌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 농사펀드라는 서비스를 기획하며 했던 생각들을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농사펀드에서 '법카제공'을 담당하고 있는 박종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