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37. 첫 마음


우연히 부는 바람이 반가웠던 2016년 여름, 농사펀드를 만났습니다. 관련 일을 해왔던지라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은 농사펀드 사무실 옆 다른 회사의 대표님을 뵈러 갔었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나설 때쯤 다슬기같이 야무지게 생긴 에디터가 비트 한 덩이와 옥수수를 조심스레 건넸습니다. 며칠 후 새빨간 샐러드 한 사발을 맛나게 만들어 먹고는, 왠지 농사펀드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에디터 구인공고를 보게 되었지요. 


이 일은 '내가 쓴 글과 내가 찍은 사진으로 가려져 있던 농부의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 

그 찰나만으로 의미가 있다.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농부의 갈라지고 딱딱한 손마디를 느끼는 것은 이 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켜켜이 쌓인 농부 삶의 질감을 

글로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사람. 

우린 그 사람을 농사펀드 에디터라고 부른다. 

지원요령: 자기소개서 솔직하게 


농부를 흠모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나 매력적인 구인공고 글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까지 궁금해졌습니다. '나도 농부의 갈라지고 딱딱한 손마디를 느끼며, 이 땅을 일구는 농부 삶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비트와 옥수수가 결정적 요인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어느새, 제 손은 거침없이 자기소개서를 타닥타닥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에디터로 사는 것이 익숙해지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어렵고도 재미있지요. 친환경임을 표시하는 동그란 인증 딱지보다 구구절절 긴 농부 이야기에 동감하는 여러분과 땀 흘려 정직하게 농사짓고 고마워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농부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고 빠른 것보다 조금 불편하고 느리지만 재미있는 것이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농사펀드는 스타트업인만큼 두려움 없이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농부님을 만나 그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목적에는 변함없겠지만요. 굽이굽이 먼 길이지만, 첫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어깨동무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요.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18년 1월 3일

농사펀드 에디터가 자랑스러운, 장시내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