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36. 1년 9개월 29일


더웠던 여름이 가고, 펑펑 내린 눈에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겨울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 감기 걸리지 않고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진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끝으로, 잠깐의 안녕을 말하려합니다.  

농사펀드와 함께한 1년 9개월 29일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3개월,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농부님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아쉬움보다는 다시 만날 그 날, 서로에 대해 더욱 깊어진 마음을 기대하며, 마지막 인사는 제가 좋아하는 시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 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2017년 12월 22일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을 담아 돌아오겠습니다. 이진희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