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던 여름이 가고, 펑펑 내린 눈에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겨울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 감기 걸리지 않고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진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끝으로, 잠깐의 안녕을 말하려합니다.
농사펀드와 함께한 1년 9개월 29일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3개월,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농부님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아쉬움보다는 다시 만날 그 날, 서로에 대해 더욱 깊어진 마음을 기대하며, 마지막 인사는 제가 좋아하는 시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 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2017년 12월 22일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을 담아 돌아오겠습니다. 이진희 에디터 드림
더웠던 여름이 가고, 펑펑 내린 눈에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겨울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추운 겨울, 감기 걸리지 않고 잘 지내고 계시지요?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진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끝으로, 잠깐의 안녕을 말하려합니다.
농사펀드와 함께한 1년 9개월 29일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3개월,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고 생각하면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농부님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아쉬움보다는 다시 만날 그 날, 서로에 대해 더욱 깊어진 마음을 기대하며, 마지막 인사는 제가 좋아하는 시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 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2017년 12월 22일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을 담아 돌아오겠습니다. 이진희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