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26. 가을에 듣는 제철 음악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사계절은 음악의 계절입니다. 계절마다 찾아 먹는 제철 먹거리처럼 그 날씨에 그런 기분으로 듣고 싶은 음악이 있지요. 선선하고 쓸쓸해서 왠지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 유기농 펑크 포크의 창시자 사이의 가사는 그저 달콤하거나 중독성 있는 가사가 아닙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냉동만두 같은 거죠."라고 노래하지만, 이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중요한 단어들을 던져주지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온갖 채소나 과일 이름도 많이 나오고요. (웃음) 


왜 유기농 펑크 포크의 창시자로 불리는지 궁금하시죠? 사이는 약 10년 전 뜻한 바가 있어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직접 손으로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기르고,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는 삶을 시작했지요. 이후 자급자족이나 생태 근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괴산으로 올라왔습니다. 괴산에서는 거대하고 상업화된 음악페스티벌이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음악페스티벌을 만들었습니다. 돈이 아닌 사람으로 꾸리는 음악축제이지요. 저도 가서 밤새도록 춤추고 노래했던 2012년 괴산 페스티벌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몇 곡을 뽑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가을에 듣기 좋은 사이의 노래 몇 곡을 소개합니다.


노래 도중에 일부러 삑사리를 내기도 하고, 뭔가를 외치기도 하고, 독특한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 사이. 그런 곡들과는 다르게 1집 [유기농 펑크포크]의 <벚나무는 조용한데>는 꼭 다른 사람이 부른 것처럼 사뭇 진지한 곡입니다. "서로 미워하고 욕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보재요 / 어느 쪽에도 가지 않으니, 양쪽에서 때리더라구요" https://youtu.be/fSUAPWNzBAs


혹시 사랑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앨범 [아방가르드]의 <달콤함이 있다면 이런 것>만큼 간질간질 설레게 하는 곡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침에 콩밭 매고 냇물에 목욕한 뒤 / 빛나는 식탁과 노래와 태극권 / 보름달 아래 다랑이논 옆에서 나누던 키스 / 달콤함이 있다면 바로 이런 거지"

https://youtu.be/RKnmPCKbvx0

<착각>이라는 곡입니다. "이봐, 너는 비록 빛나지 않는 별이라도 괜찮아 / 문제가 되는 것은 지가 무슨 자가발전기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고 믿는 별들"
https://youtu.be/ObDmKg4eA6Q


앨범 [화전민의 노래]의 <산악자전거>는 듣는 것만으로도 오르락내리락 시골 산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특히 아~하~ 하는 부분에서 말이죠. 따뜻한 가을볕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식빵 한 조각!을 들고 들어보세요. 나도 모르게 시골 풍경을 상상하게 될거에요.


2017년 10월 13일

사이 아저씨와 그의 노래를 존경하는, 장시내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