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25. 조그만 예의


민족 대명절 ‘추석’입니다.
양손 가득 무겁게 선물을 들고 고향에 갈 생각에 들뜬 분들도, 긴 연휴에 여행을 떠날 계획이신 분들도 혹은 긴 연휴가 달갑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식구들을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은 감출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꼭 명절이면 가슴을 할퀴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속상함도 더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조그만 예의 

문성해 


새벽에 깨어 찐 고구마를 먹으며 생각한다 


이 빨갛고 뾰족한 끝이 먼 어둠을 뚫고 횡단한 드릴이었다고 

그 끝에 그만이 켤 수 있는 오 촉의 등이 있다고 

이 팍팍하고 하얀 살이 

검은 흙을 밀어내며 일군 누군가의 평생 살림이었다고 


이것을 캐낸 자리의 깊은 우묵함과 

뻥 뚫린 가슴과 

술렁거리며 그 자리로 흘러내릴 흙들도 생각한다 


그리하여 

이 대책 없이 땅만 파내려가던 붉은 옹고집을 

단숨에 불과 열로 익혀내는 건 

어쩐지 좀 너무하다고 


그래서 이것은 

가슴을 퍽퍽 치고 먹어야 하는 게 조그만 예의라고


잘 지냈니? 사업은 잘 되어가고? 공부는 잘하고 있지? 결혼은 언제하려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궁금한 것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지요. 기분 상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괜히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고구마 하나도 모두 다 다르게 생겼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가지에 있어도 익어가는 속도가 다르듯이, 사람의 속도도 모두 다 다르지요. 이번 명절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은 자리에서 질문하기 보다는 먼저, 이렇게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고생 많지? 늘 응원한다.’ 



즐거운 추석 명절, 농사펀드의 멤버들도 고향에 부모님을 만나러 갑니다. 잘 쉬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명절 이후에도 변함없이 농부님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