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24. 거북이가 보내는 토끼의 선물


새내기 에디터입니다.

어릴 적, 저희 집에는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살았어요. 어린 제 손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친구였죠. 그 친구가 어렸을 때는 등껍질이 말랑거리고 진한 노란색이었습니다. 좀 시간이 지나니 거북이의 등껍질 색이 변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니 거북이의 껍질이 살짝 벗겨지며 단단한 초록색이 되었습니다. 마치 만화 영화에 나오는 주머니 괴물 마냥 진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이젠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 거북이가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근데 세상 매년 겪는 추석은 좀 인상적이네요. 이 짧은 시기에 얼마나 분주하고 많은 사람이 추석을 위해서 움직이는 지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정말 요새는 어릴 적에 보았던 작은 거북이가 된 것만 같습니다. 등 얇은 새내기 거북이는 처음 겪어보는 가을바람에 등껍질이 아슬아슬 떨리고 있죠. 혹여나 토끼같이 부지런한 농부님들이 기른 먹거리들이 늦어질까 느린 손을 바삐 움직입니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먹거리들이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아직 손이 느려 농부님이 고생하신 모든 과정을 온전히 담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명절이 끝나면 더 단단해진 껍질로 돌아오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있습니다.

등 얇은 새내기 거북이는 오늘도 송장 번호를 받으러 토끼 같은 농부님께 전화를 겁니다. 여러분들이 기다리는 좋은 먹거리, 어서 전해드리고 싶거든요. 이번 추석, 큰바람 없어요. 배송 사고 없이 좋은 선물들이 좋은 분께 무사히 가길 바랄 뿐입니다. 바람이 찹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2017년 9월 22일
좋은 가치를 올바른 방법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강규혁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