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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쓰다 #67. 1년에 단 한 번, 우리들의 오롯한 시간을 위하여_어슬티굿밤


1년에 단 한 번, 우리들의 오롯한 시간을 위하여_어슬티굿밤



청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15분간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마을 꼭대기 끝에 있는 널찍한 시골집과 벚나무에 둘러싸인 저수지가 우릴 반깁니다. 배낭을 메고 차에서 내리면 시골 외할아버지와 인상이 비슷한 백발 주인장이 서글서글한 미소로 반겨주는 이곳, 어슬티굿밤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우리만의 400평 공간

짐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면 주인장이 직접 지은 펜션 한 채와 아담한 별채, 우물과 화로를 품은 널따란 잔디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뒤로는 숲이 둘러싸고 있어 밤이면 반딧불이가 조용히 내려오고 벚나무를 호위 삼은 널찍한 연꽃 저수지가 그 앞을 지킵니다.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새 지저귐과 나뭇잎 바스락 소리 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도심 속 호텔 같은 쾌적함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산에서 내려오는 청량한 공기를 스-읍 들이켜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상쾌함과 개운함이 느껴진답니다.


남자 8명도 함께 잘 수 있는 한옥 사랑방 

가벼운 발걸음으로 뒷산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건물 이곳저곳에 스민 주인장의 애정 어린 노력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인장은 원래 서울 빌딩 숲에서 오래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노후 준비를 위해 2001년 허허벌판이었던 지금의 어슬티굿밤 자리를 알게 되어 주말마다 청양에 내려와 공간을 꾸몄습니다. 

2014년부터는 아예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어슬티굿밤으로 터를 옮겼습니다. 주인장과 함께 구석구석을 돌아보세요. 직접 만들고 세우고 가꾼 것 하나하나 소개하는 눈빛을 보면 그가 이곳을 얼마나 소중하게 가꾸어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터 닦는 일부터 지붕까지 손수 완성한 ‘사랑방’은 주인장의 자랑입니다. 세로로 길게 쭉 뻗은 공간은 최대 8명까지 함께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침대가 아닌 구들장에 이불 깔고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함께 자고, 다음 날 통창 너머로 비추는 아침햇살에 기상하는 하루. 어슬티굿밤은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오늘 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먹고 보고 나누는 것뿐

어슬티굿밤에는 팜파티 옵션이 있습니다. 도착하기 며칠 전에 예약해두면 우리만의 특별한 저녁 파티를 열 수 있죠. 숯을 채운 항아리에서 6시간 이상 천천히 익힌 바비큐는 풍부한 육즙과 깊은 숯불 향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항아리에서 건져 올린 돼지고기 한 덩이와 펜션 뒤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반찬을 접시에 푸짐히 담아 장작불 주위에 모여 앉습니다.

바비큐 접시를 비워갈 때쯤 주인장이 준비한 야식이 등장합니다. 불멍하며 구워 먹을 수 있는 옥수수와 감자, 가래떡, 식혜, 마시멜로 등이 다시금 손과 입을 분주하게 만듭니다. 그러다 누군가 “어! 별 좀 봐봐!”하고 외치면 모두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해먹과 나무 평상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러다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털어놓기도 하고 “아! 너무 좋다!” 혼잣말을 되뇌기도 합니다. 하품이 옮듯 미소가 옮아갑니다. 그렇게 우리의 밤이 까무룩 깊어져 갑니다.


“우리, 여기 내년에도 다시 올까?”

다음 날 아침, 마당으로 나가니 먼저 일어난 친구가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어젯밤 타다 남은 장작이 아쉬운 듯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습니다. 북적이고 따스했던 어젯밤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친구와 연못 앞 벤치에 앉아 어제 나눴던 이야기를 마저 하다가 문득 하늘의 구름을 바라봅니다. 바람이 왼쪽 하늘 끝에 있던 구름을 오른쪽 끝까지 천천히 밀어내는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 평온한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번, 1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항아리 바비큐를 배불리 먹고 모닥불 앞에서 별구경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하룻밤. 그 하룻밤의 가격이 10만 원이라면 꽤 저렴한 편 아닐까요? 1년에 단 한 번, 친구들과 오롯한 추억을 위해 어슬티굿밤으로 떠나보세요!




The Taste Edit - 황진욱 에디터
2022. 10. 09

본 컨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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