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귀정 농부의 포도 알알이 깊이 배인 유기농 포도의 맛
잡초가 자랄 수 있는 곳에 맺히는 건강한 포도 농부가 5년째 농사지으며 하지 않는 일은 잡초를 뽑는 일입니다. 초생재배라고 불리는 이 농법은 자연적으로 지력을 회복시키는 농법입니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쩍쩍 갈라지던 땅이 이제는 발바닥으로 느껴질 정도로 포슬포슬합니다. 지금은 지렁이는 물론이고 뱀도 농장에 종종 출몰한다고 하고요. 생명이 살아가기에 안전한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선물하는 마음으로 키운 포도
이렇게 재배한 포도는 수확할 때가 되면 알맹이 하나하나 생명력이 넘칩니다. 저는 좋은 먹거리가 생기면, 사랑하는 가족이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항상 마음에 남아있는 은사님 얼굴이 떠오르곤 합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전귀정 농부도 이런 마음으로 포도를 고르고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포장합니다. 농부도 주위 사람들에게 재배한 포도를 선물한다고 하니,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같은 마음인 게 분명합니다. 지인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포도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을 한 번 받아보시겠어요?
겨울철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놓는 이유 농부가 하지 않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반 포도 농가는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가온합니다. 꽃이 빨리 피면 열매가 빨리 맺히고, 출하가 빨라져 포도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귀정 농부는 겨울철에 하우스 문을 열어 놓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계절을 온전히 겪어야 단단해지고 건강한 열매를 맺는다는 생각입니다.
열매가 맺힐 때도 약한 나무에 포도송이가 많이 달리면 미련 없이 송이를 많이 솎아줍니다. 포도라는 상품을 위해 나무를 희생하는 게 아닌, 각 나무의 특성과 건강을 살피면서 나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매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농부의 말을 들으며 포도나무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자연이 고르고 골라서 남겨준 오색 알맹이 맛 열기로 가득한 7월 말 하우스에는 초록과 보라색 사이 색들이 뜨문뜨문 찾아옵니다.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농부에게 물어보니, 포도가 한 번에 색이 바뀌면 병이 들거나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합니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지는 못합니다. 장마가 오면 습기 때문에 짓물러서 터지고 병이 돌고 곰팡이가 핍니다. 그래서 전체 30~40%를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장마는 농부에게 가장 마음 아픈 기간입니다.
포도 3알의 마음으로 이럴 때면 포도 한 송이도 누구 주고 싶지 않은 억울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 포도가 풍성하게 열리면 아는 지인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고요. 그래서 전귀정 농부는 ‘콩 3알’의 마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콩을 3알 심어서 한 알은 벌레, 한 알은 새, 한 알은 농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말입니다. 내가 키운 모든 걸 내가 다 수확하고 먹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땅과 자연으로 다시 되돌려보낸다는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냅니다
“방랑하는 삶을 끝내게 해준 포도농사, 그 매력에 관하여.” 긴 백발을 뒤로 질끈 묶고 굵은 땀을 흘리며 에디터를 환대한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라 농부였습니다. 30년 넘는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는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한 지역에서 1년씩 살아볼 계획으로 땅끝 해남부터 구석구석 방랑했죠. 그러다가 2019년 굽이치는 금강에 반해 청양에 정착했습니다. 금강 발원지에서 하굿둑까지 14번을 왕복하며 총 400km를 걸었습니다. 400km라니, 전귀정 농부의 금강 사랑이 어떠한지 느껴집니다. 그래서 농장 이름도 ‘금강달빛 포도농원’입니다.
우거진 숲 속에 포도 농장을 만들다 전귀정 농부가 포도를 키우기 시작한 건 지인 영향이 컸습니다. 유기농 포도를 26년 동안 키우고 있는 지인을 보며 포도 농사가 멋진 일임을 오래 지켜본 겁니다. 그렇게 이어받은 마음과 노하우로, 청남면 마을에서도 살짝 벗어난 숲속 농장에서 유기농 포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농가가 없어서 지하수나 공기 중에 섞여 있을 수 있는 농약 성분에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포도 농장 비닐하우스는 이전 주인이 비닐 멀칭과 농약을 사용했던 곳입니다. 5년 전 전귀정 농부는 약 2달 동안 땅을 파고 정리하면서 끝없이 나오는 농업폐기물에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문득 자신이 땅을 회복시키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땅이 주는 혜택만 받으려 했던 마음을 돌아보고 흙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에 내가 참여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겁니다.
유기농 포도의 깊은 맛 종종 사람들은 유기 농법으로 키운 포도가 다른 포도보다 더 당도가 높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농약을 뿌려서 재배한 포도도 당도는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알 한알 먹다 보면 뭔지 모를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흙과 나무 본성에 맞게 키운 그 맛은 깊습니다. 한 그루 포도나무에서 달린 수십 개의 포도송이 색이 세밀하게 다르듯 당도로만 포도를 구분하는 건 조금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도 농사는 목적이 아닌 수단
전귀정 농부는 앞으로 10년은 더 유기농 포도를 재배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농장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포도를 잘 키워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닌, 유기농법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함께 농장을 보고 포도를 따 먹으며 오감을 통해서 경험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그런 농부들이 늘어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삶. 전귀정 농부의 꿈을 이루는 방법이 바로 이 ‘금강달빛 포도농원’입니다.
|
전귀정 농부의 포도
알알이 깊이 배인 유기농 포도의 맛
잡초가 자랄 수 있는 곳에 맺히는 건강한 포도농부가 5년째 농사지으며 하지 않는 일은 잡초를 뽑는 일입니다. 초생재배라고 불리는 이 농법은 자연적으로 지력을 회복시키는 농법입니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쩍쩍 갈라지던 땅이 이제는 발바닥으로 느껴질 정도로 포슬포슬합니다. 지금은 지렁이는 물론이고 뱀도 농장에 종종 출몰한다고 하고요. 생명이 살아가기에 안전한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선물하는 마음으로 키운 포도
겨울철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놓는 이유
농부가 하지 않는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반 포도 농가는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가온합니다. 꽃이 빨리 피면 열매가 빨리 맺히고, 출하가 빨라져 포도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귀정 농부는 겨울철에 하우스 문을 열어 놓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계절을 온전히 겪어야 단단해지고 건강한 열매를 맺는다는 생각입니다.
열매가 맺힐 때도 약한 나무에 포도송이가 많이 달리면 미련 없이 송이를 많이 솎아줍니다. 포도라는 상품을 위해 나무를 희생하는 게 아닌, 각 나무의 특성과 건강을 살피면서 나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매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농부의 말을 들으며 포도나무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자연이 고르고 골라서 남겨준 오색 알맹이 맛
열기로 가득한 7월 말 하우스에는 초록과 보라색 사이 색들이 뜨문뜨문 찾아옵니다.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농부에게 물어보니, 포도가 한 번에 색이 바뀌면 병이 들거나 문제가 생긴 거라고 합니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지는 못합니다. 장마가 오면 습기 때문에 짓물러서 터지고 병이 돌고 곰팡이가 핍니다. 그래서 전체 30~40%를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장마는 농부에게 가장 마음 아픈 기간입니다.
포도 3알의 마음으로
이럴 때면 포도 한 송이도 누구 주고 싶지 않은 억울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 포도가 풍성하게 열리면 아는 지인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고요. 그래서 전귀정 농부는 ‘콩 3알’의 마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콩을 3알 심어서 한 알은 벌레, 한 알은 새, 한 알은 농부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말입니다. 내가 키운 모든 걸 내가 다 수확하고 먹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땅과 자연으로 다시 되돌려보낸다는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냅니다
“방랑하는 삶을 끝내게 해준 포도농사, 그 매력에 관하여.”
긴 백발을 뒤로 질끈 묶고 굵은 땀을 흘리며 에디터를 환대한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라 농부였습니다. 30년 넘는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는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한 지역에서 1년씩 살아볼 계획으로 땅끝 해남부터 구석구석 방랑했죠. 그러다가 2019년 굽이치는 금강에 반해 청양에 정착했습니다. 금강 발원지에서 하굿둑까지 14번을 왕복하며 총 400km를 걸었습니다. 400km라니, 전귀정 농부의 금강 사랑이 어떠한지 느껴집니다. 그래서 농장 이름도 ‘금강달빛 포도농원’입니다.
우거진 숲 속에 포도 농장을 만들다
전귀정 농부가 포도를 키우기 시작한 건 지인 영향이 컸습니다. 유기농 포도를 26년 동안 키우고 있는 지인을 보며 포도 농사가 멋진 일임을 오래 지켜본 겁니다. 그렇게 이어받은 마음과 노하우로, 청남면 마을에서도 살짝 벗어난 숲속 농장에서 유기농 포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농가가 없어서 지하수나 공기 중에 섞여 있을 수 있는 농약 성분에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포도 농장 비닐하우스는 이전 주인이 비닐 멀칭과 농약을 사용했던 곳입니다. 5년 전 전귀정 농부는 약 2달 동안 땅을 파고 정리하면서 끝없이 나오는 농업폐기물에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문득 자신이 땅을 회복시키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땅이 주는 혜택만 받으려 했던 마음을 돌아보고 흙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에 내가 참여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겁니다.
유기농 포도의 깊은 맛
종종 사람들은 유기 농법으로 키운 포도가 다른 포도보다 더 당도가 높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농약을 뿌려서 재배한 포도도 당도는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알 한알 먹다 보면 뭔지 모를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흙과 나무 본성에 맞게 키운 그 맛은 깊습니다. 한 그루 포도나무에서 달린 수십 개의 포도송이 색이 세밀하게 다르듯 당도로만 포도를 구분하는 건 조금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도 농사는 목적이 아닌 수단전귀정 농부는 앞으로 10년은 더 유기농 포도를 재배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농장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포도를 잘 키워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닌, 유기농법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함께 농장을 보고 포도를 따 먹으며 오감을 통해서 경험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그런 농부들이 늘어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삶. 전귀정 농부의 꿈을 이루는 방법이 바로 이 ‘금강달빛 포도농원’입니다.
2023. 09. 13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the-taste-cheongya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