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84. 하루 24모만 만드는 담백한 동네 두부


 

추명숙 농부의 두부

하루 24모만 만드는 담백한 동네 두부



100% 동네 콩만으로 만드는 두부

평소 먹는 두부가 어디서 온 콩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계신가요?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콩 자급률은 23.7%로, 나머지 약 80%는 GMO에서 자유롭지 않은 수입 콩입니다. 시중에서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가 수입 콩으로 만든 두부보다 2.8배 비싼 이유입니다. 하지만 국산 콩이라는 이유로 비싼 값을 주고 산 두부 역시 수입 콩으로 만들고서 원산지를 속이는 경우가 많아 믿을 만한 국산 콩 두부를 찾기 어렵습니다.

| 주민참여예산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송학행복두부 제조장


가장 믿을 수 있는 콩, 동네 주민이 키운 콩

추명숙 농부님의 송학행복두부는 8년 전, 청양군 정산면 송학리의 주민 참여 예산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시작되었습니다. 동네 주민들과 시작한 사업인 만큼 두부의 재료인 콩은 인근 동네 또는 이웃이 키운 콩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장거리 수송 및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만 납품 가능한 청양군 먹거리 종합계획(푸드플랜)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만큼 100% 확실한 국산, 동네 콩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는 두부입니다.

 

| 추명숙 농부님이 작년부터 콩을 사고 있는 이웃 역촌리의 콩밭.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잡초는 물론 콩잎에 벌레 먹은 자국이 보인다.


지역 푸드플랜으로 납품하기 위해선 지역 생산뿐만 아니라 친환경 재배가 필수입니다. 송학행복두부는 원래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두부인 만큼, 콩을 키울 때 농약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명숙 농부님이 직접 재배하는 콩밭에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동네 이웃들의 경우 고랑에만 안전한 제초제를 선택해 사용합니다.



7일 안에만 맛볼 수 있는 담백한 두부의 맛 

송학행복두부는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추명숙 농부님이 혼자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포장 후 살균 작업을 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시중 두부 대비 절반 이하이기 때문인데요. 본래 송학행복두부는 마을 사업으로 이웃들과 함께 시작했으나, 지금은 추명숙 농부님 혼자서 하루 24모씩만 만들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두부는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거나 청양 푸드플랜을 통해 가까운 대전으로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 송학행복두부(우)는 시중 두부(좌)보다 모양이 고르지는 않지만, 더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7일로 ⅓ 정도 짧습니다.


살균 처리를 하지 않아 진한 콩 맛

처음에 마을에서 나눠 먹고 축제에서 소량으로 팔기 위해 시작한 두부이기 때문에 지금도 살균 처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보통 두부는 평균 17일의 유통기한을 위해 개별 포장 후 미생물을 살균하는 과정에서 맛과 영양소를 잃게 되는데요. 송학행복두부는 유통기한이 7일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두부보다 담백하고 진한 콩 맛은 물론 씹을 때도 훨씬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합니다. 식품 안전성 역시 청양군 푸드플랜에서 안전성 검사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두부처럼 사이좋은 동네, 송학리

추명숙 농부님의 하루는 바쁩니다. 오전에는 농사일, 오후에는 두부와 순두부, 콩물, 청국장, 묵 등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가 없지만, 그 와중에 주민자치회와 새마을 부녀회 활동은 물론 20년째 봉사활동까지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도시인보다 바쁜 일정에도 농부님은 동네 활동이 재밌고 보람차다고 하십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이웃끼리 서로 흠도 보지 않는 송학리가 참 좋다며 어디 갈 때마다 두부 한 모씩을 챙겨 갑니다.


|청양 정산 동화제


송학리는 청양에서도 이웃 사이가 좋은 동네로 유명합니다. 마을에서 1987년부터 매년 정월 무렵에 400년 된 지역 축제인 청양정산동화제를 복원하여 지내고 있을 만큼 서로 간의 단합과 우애가 깊은데요. 이렇게 사이좋은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 만드는 마음이 송학행복두부의 맛에 담긴 비밀입니다.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추명숙 농부님이 정성 들여 두부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The Taste Edit - 이근학 에디터
2023. 09. 13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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