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의
다양한 이야기들

에디터가 쓰다 #83. 볶지 않고 쪄서 영양분을 오롯이 담은 생들기름


 

김명주 농부의 생들기름

볶지 않고 쪄서 영양분을 오롯이 담은 생들기름


들기름은 원래 고소하지 않다?

향과 맛, 영양을 갖춘 좋은 기름과 그렇지 않은 기름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름의 고소한 향과 맛은 가공 과정에서의 온도와 연관 있습니다. 고온(49°C 이상)에서 들깨를 볶고 압착하여 기름을 낼수록 고소함은 증가하지만, 상대적으로 저온(45°C)에서 압착하면 바짝 태우듯 볶아 짜낸 들기름보다 조금 덜 고소하더라도 들깨 속 좋은 영양분이 덜 파괴되죠.


들기름은 기름을 짜내기 전 들깨를 볶는지, 찌는지에 따라 일반 들기름과 ‘생들기름’으로 나뉩니다. 생들기름은 들깨를 볶지 않고 찜기에 쪄냈기 때문에 일반 들기름보다 더 맑은 노란색을 띠며, 압착 과정에서 높은 열이 가해지지 않아 들깨의 오메가3가 더욱 풍부하게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1인 가구 및 캠핑용 생들기름 50ml



| 생들기름(왼쪽)과 들기름(오른쪽) 색 차이


| 들깨를 갈아 쪄내는 과정


| 생들기름을 짜는 모습


이렇게 탄생한 생(生)들기름은 샐러드 위 드레싱으로 뿌리거나 나물, 비빔밥, 파스타와 같은 요리에 활용하면 특유의 은은한 고소함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짜서 더 신선한 기름

청양농부방앗간은 기름의 신선도를 위해 재고 없이 매일 주문 들어오는 만큼만 생산합니다. 기름이 공기에 닿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되어 신선도와 고소함이 조금씩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깨살’이라고도 불리는 섬유질이 풍부한 앙금을 거르지 않아 버려지는 영양분을 최소화합니다. 3개월마다 식약처를 통해 벤조피렌 검출 여부를 검사하고,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인 깻묵은 천연비료로 다시 밭으로 돌아가거나 가축 사료, 새 모이, 낚시용 떡밥으로 재활용합니다.


| 벤조피렌 불검출 시험 성적서

| 깻묵


들깨 모종이 생들기름이 되기까지, 140일의 정성

들깨 모종을 밭에 심어 기른 뒤 수확하고 건조, 탈곡 과정을 거쳐 첫 기름을 짜기까지는 약 140일이 소요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세 남매와 부모님이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 합니다. 7년 전 먼저 귀촌한 부모님이 건강 악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실 때 방앗간 운영을 돕기 위해 청양에 모인 세 남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 세 남매의 아버지가 쓴 방앗간의 약속 문구


세 남매 중 첫째 김명주 농부는 관광 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외 호텔에서 근무하다 4년 전 부모님이 계신 청양에 내려왔습니다. 직접 깨 농사를 지어 부모님의 방앗간에서 가공하고 만들어진 제품을 유통하는 데 앞장서지만 농사 경험이 없던 탓에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농사 첫해에는 땅에 비료기가 적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농사를 지어 고생에 비해 수확량이 예상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는 모종 심기 전 땅도 갈고, 시기적절하게 비료도 주고, 풀도 관리하며 점차 수확량을 늘려갔습니다. 그렇게 깨밭도, 농부도 성장해 가는 중입니다.

| 세 남매 (오른쪽 끝 김명주 농부)


맑고 깊은 산속에서 자라 속이 꽉 찬 들깨

농사지을 땅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위치였습니다. 작물에 매연과 먼지가 닿지 않도록 물과 공기가 맑은 깊은 산골에 위치한 농지를 골랐습니다. 깨는 야간 불빛에 예민하여 너무 많은 빛에 노출되면 열매를 맺지 않기도 하는데 김명주 농부의 농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햇빛이 너무 강하게 내리비치지 않으면서도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라 밤에는 불빛이 적어 깨 농사짓기에 적합합니다.

| (왼쪽) 산속에 위치한 농지


| (오른쪽) 들깨밭

가족을 하나로 이어준 청양

세 남매가 청양에 온 이후 집안 분위기는 더욱 활기차졌습니다. 농산물 가공부터 신제품 개발, 유통, 홍보까지 남매가 있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많아졌고, 쉬는 날이면 다 같이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가족이 청양에서 모이기 전까지 학교와 일터를 오가며 각자 생활하던 시기에는 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청양이 가족을 하나로 이어준 셈입니다. 함께여서 든든하고 즐거운 세 남매는 청양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아직 많습니다.





The Taste Edit - 조은성 에디터
2023. 09. 13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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